[2011] 오싹한 연애 Chillin Romance 영화 리뷰


오싹한 연애

[주연] 강여리  손예진 마조구  이민기

[상세정보] 로맨스, 공포, 코미디 | 한국   12세 관람가 2011. 12. 01 개봉 114분 황인호 감독

[줄거리] 남다른 ‘촉’때문에 평범한 생활은 물론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본 여자 여리(손예진)와 그녀에게 꽂혀버린 비실한 ‘깡’의 호러 마술사 조구(이민기). 달콤해야 할 두 사람의 만남은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귀신들로 인해 하루하루가 공포특집이다. 이런 생활에 익숙한 여리와 달리 매번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조구. 오싹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 연애를 포기할 수 없는 여리와 조구는 어금니 꽉 깨물고 목숨을 건 연애를 시작하는데...

[이미지, 영화정보 출처: 네이버 영화 오싹한 연애]

※주의: 네타, 스포일러, 미리니름 있습니다.※

시험공부를 하다가 머리식힐 무언가가 필요했다. 원래 보려고 했던건 일본 영화 밴디지였으나 뭔가 오싹하면서도 그리 무섭지 않은것을 보고싶어 오싹한 연애를 선택했다. 게다가 손예진, 이민기 주연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손예진이야 말할것도 없이 여신이다. 이분이 나온 영화나 드라마는 꼭 본다. 이민기도 이번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 워낙에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고. 평점도 높았고 줄거리 역시 신선해보여서 망설임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나름대로 요약한 영화 줄거리] 강여리는 어렸을때 버스 사고로 인해 잠깐 심정지 상태에 이르고, 소방대원은 심정지가 된 두명의 소녀중 강여리를 먼저 소생한다. 다른 소녀는 여리의 단짝친구 주희. 그 사고 이후 귀신을 보게 된 여리, 그리고 그런 여리를 주희는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고 한다. 원혼이 된 주희의 괴롭힘에 가족들도 여리만 남겨두고 외국으로 다 떠나고 친구들도 전화통화로만 이야기할수 있게되고. 살아있는 귀신 그 자체로 변해버린 여리를 우연하게 본 길거리 마술사 마조구는 영감을 얻어 마술사로서의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평범한 집에서 평범하게 자라 모델 여자친구까지 있는 마조구와 귀신보는 여리가 얽히고 설키며 로맨스가 시작되는데... 

[여기서부턴 영화 후반부 이야기] 여리의 처지가 불쌍한 조구는 여리를 도와주고자 소개팅을 주선하지만, 주희의 방해공작으로 그 남자또한 도망을 간다. 자꾸만 눈이 가고 생각나고 손이 가는 여리에게 조구는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주희의 괴롭힘은 끝이 없다. 그 와중에 프랑스로 떠나있던 조구의 여자친구가 나타나고, 여리는 처음으로 자신이 정말로 행복하지 않다는것을 친구들에게 고백하게 된다. 결국 조구는 귀신이 무서운데도 너무나 보고싶은 여리를 보러 가게 된다. 하지만 주희는 아직 떠난것이 아니었다! 연인선언을 하고 꿈만같은 하루를 지낸 두사람에게 나타난 주희는 두 사람의 목숨을 위협한다. 결국 자신이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던 여리는 조구를 위해 한국을 떠나려한다. 하지만 어디든지 따라다니는 주희때문에 출국마저 쉽지않아 결국 조구의 곁에 돌아오게 된다. 역시 연애는 쉽지 않은거야, 라고 되새기며 그들은 다시 새롭게 서로에게 사랑을 약속한다. - 제가 접기태그를 몰라서요; 보실거면 긁어주세요

개인적으로 흠잡을데 없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가벼웠고, 적당히 무서웠으며, 적당히 로맨틱했다. 다만 다른분들이 보셨을때 호불호가 갈릴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인 기존의 로코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면 정말 진저리치게 싫어하실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특히 이제까지 나온 로코물에서 귀신들은 희화화되어서 관객을 웃기는 귀신들밖에 없었던지라 이런 정말 무서운 귀신을 생각지 못하고 영화를 보신 분들께서는 실망을 많이 하셨을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도 그 사실을 알고있다. 영화는 극중 주인공 마조구를 통해 자문한다. "왜 공포영화 여주인공은 사랑을 안할까?" 그리고 강여리를 통해 대중의 생각을 말한다. "사랑을 하면 안 무섭잖아요. 그게 멜로영화지 무슨 공포영화예요." 하지만 정말 이상하다. 공포영화 여주인공도 멜로영화 여주인공처럼 예쁘게 생긴 처자일뿐인데 어째서 사랑을 할수 없을까? 반대로 말하면 멜로영화 여주인공은 공포를 느끼지 않을까? 정말 공포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은 사랑을 하면 사망 플래그가 뜨고 멜로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귀신도 웃기게만 보일까? 마조구의 생각은 이 영화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귀신들은 정말 무섭다. 물론 진짜 호러영화처럼 심장마비를 일으킬수 있을 정도의 놀라운 장면은 없다. 영화는 친절하게도 귀신이 나오는 장면은 세팅을 다 해놓고 귀신을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갑자기 배경음악이 바뀐다던지, 등장인물의 표정이 긴박해진다던지 말이다. 거의 모든 귀신씬들은 귀신이 나온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수 있고 미리 대비할수 있다. 그렇다고 안무서운건 아니지만.

특히 로맨틱 코메디 요소가 이 영화를 더욱 무섭게 만든다. 영화의 전개가 전반적으로 일상생활-귀신등장-일상생활-귀신등장 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관객은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던 주인공들이 귀신을 조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그 감정의 갭을 생각보다 굉장히 크게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이 등장할때의 강렬한 공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행복뒤에 오는 불행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처럼, 소소한 일상후에 나오는 그 공포는 그 크기가 더한것이다. 

이런 극대화 된 공포는 관객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어째서인지 이 영화는 조연을 통해 그런 갭의 공포까지 조명하고 있는것이다. 목숨을 걸고 지키기 때문에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고 큰소리 치던 소개팅남 청와대 경호원은, 다시만나자고 하고 단 일분도 지나지 않아 귀신을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는 걱정되어 나온 여리를 보곤 공포에 휩싸여 소리친다. "가까이 오지마!" 마치 여리가 그 귀신이라도 되는것처럼 그렇게 소개팅남은 황급히 자리를 떠 버린다.

이처럼 영화는 무서우리만치 관객의 생각을 영화에 투영한다. 귀신이 나오는 텅 빈 집. 그곳에서 기다려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없이 혼자 살아나아가야만 하는 인생을 짊어졌다면, 과연 나는 그곳에서 살고 싶을까? 미쳐버리지 않을까? 차라리 죽었으면 하지 않을까? 특히 이 대목은 갑자기 등장한 마조구의 여자친구를 통해 만약 당신이 여리라면? 이란 질문을 서슴치 않게 던지는 것이다. 막 달달해지려던 순간에 이런 질문이라니? 관객은 당황한다. 그리고 조구의 여자친구는 독설을 빙자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여자친구의 대사는 공포영화의 여주인공들에게도 해당이 된다. 즉, 어떻게 공포영화 여주인공들은 저런 공포적인 분위기속에서 혼자 살아갈수있나? 라는 의문점을 남긴다. 영화는 초반에 조구가 던진 질문을 이어가고 있는것이다.

영화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여리와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조구가 처음으로 주희를 조우한 장면이었다. 숨도 못쉴정도로 놀란 조구의 눈을 가리며 여리는 간절하게 말한다. "잠시만 참고있으면 돼요... 잠시만..." 그 간절한 한마디가 차마 잊혀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상처주지 않으려는 마음, 애써 친해진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듯한 그 한마디가 너무나 마음아픈것이다. 혼자사는데 어떻게 행복하겠냐고, 너무나 외롭다고, 사람이 그립다고 울부짖으며 친구들에게말하는 여리의 한마디가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공포영화의 여주인공이 사랑하지 않는 이유는 외로울때 비명이 처절해지기 때문에. 하지만 진짜 삶의 주인공인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 영화 역시 사람사는 이야기를 그린것이다. "당신 입에서 비명이 나오는거 생각하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요." 라고 말하는 조구의 한마디는 관객에게 영화의 본질은 멜로와 공포라는 장르라기 보단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공포영화의 주인공도 힘들고, 외롭고, 아프고, 사랑할수 있는 한사람의 사람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하는 것이다.

영화를 맺으며 여리가 말한것처럼 "연애는 다 힘든것"이다. 길거리 마술쇼에서 주희의 포박에 걸린 여리를 풀어주는 조구 손이 사실은 조금씩 떨리고 있던 것처럼, 영화는 사랑을 위해 공포라는 힘든 요소를 극복해가는 두명의 젊은이를 보여준다. 잠시 귀신을 겪어 힘들었던 자기보다 더 힘들 여리를 걱정하는 조구처럼 말이다. 이 영화에서 그려진것처럼, 연애의 힘든 요소가 출생의 비밀이나 삼각관계, 불치병 또는 집안차이같은 것일 필요는 없을것이다. 그 힘든요소를 공포로 메꾼 이 영화는, 차분하게 로코와 공포의 밸런스를 맞춰나가며 새 장르의 가능성을 열었다. 신선한 소재에, 퀄리티있는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민기와 손예진 이야기만 했지만,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한 마술사 어시스턴트 아저씨와 여리의 고시생친구, 작가친구의 대사도 참 깨알같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끝에 조구가 여리를 찾아주면 월급을 두배 올려준다고 아저씨에게 말하자, "너 이자식! 사람을 어떻게 보고 돈으로! 지금 빨리가면 만날수 있을거야" 라고 말한것때문에 많이 웃었다. 또한 조구의 보고싶다는 말에 여리가 지금 친구들 와있는데요.. 라고 한 것이나 뭐가 하고 싶은데요? 라고 묻는 조구의 말에 한숨만 푹푹 쉬다가 말한 여리의 느끼고싶다는 발언이 너무도 현실같아 많이 웃었다. 맞다, 실제 연애에선 드라마에서처럼 다 말안해도 알고 그런게 아니라 저렇게 노골적이고 눈치도 약간 없을 수 있는 발언이 난무하는 곳인것이다. 

한국 로맨틱 코미디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다. 내용역시 기대하던것 이상이었고 공포와 로맨스의 밸런스를 적절히 맞췄다는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